중국 증시, 하락은 언제 멈출까…선전지수 연중 최저 행진의 원인과 부양책 변수
선전성분지수가 10월 20일 11,801.29로 장을 마쳤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종가이자 1년여 만의 최저 수준입니다. 국경절 연휴를 사이에 둔 9월 2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열린 12거래일 가운데 8거래일에 연중 최저 종가가 새로 쓰였습니다. 매일같이 바닥이 깨진다는 투자자들의 체감은 과장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올해 내내 한 번도 오르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선전성분지수는 6월 22일 16,372.50까지 올랐고, 6월 말에는 연초보다 20% 가까이 높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후 넉 달 사이 고점 대비 28% 가까이 밀리면서 그 상승분을 모두 돌려줬고, 지금은 지난해 말 종가보다도 12.7% 낮습니다. 올해 중국 증시는 오르지 못한 장이 아니라, 오른 만큼을 빠르게 토해 낸 장입니다. 상실감이 유난히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숫자로 본 하락의 크기
지수별 성적표
주요 지수의 종가를 나란히 놓으면 하락이 고르게 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고점을 찍은 시기도, 빠진 폭도 지수마다 다릅니다.
| 지수 | 2025년 말 종가 | 2026년 고점 | 10월 20일 종가 | 연초 대비 | 고점 대비 |
|---|---|---|---|---|---|
| 상하이종합 | 3,968.84 | 4,242.57 (5월 13일) | 3,735.37 | -5.9% | -12.0% |
| 선전성분 | 13,525.02 | 16,372.50 (6월 22일) | 11,801.29 | -12.7% | -27.9% |
| 항셍 | 25,630.54 | 27,968.09 (1월 29일) | 23,867.74 | -6.9% | -14.7% |
항셍지수의 연중 최저는 6월 26일의 22,671.86이고, 지금은 그보다 위에 있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0월 15일 3,707.48로 연중 최저를 찍은 뒤 3,700선 초반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최저치를 새로 쓰는 곳은 사실상 선전 시장입니다. 9월 한 달 동안 상하이종합지수가 3.61% 내릴 때 선전성분지수는 8.04% 빠졌고,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한 주 동안에도 각각 2.56%, 6.64% 떨어졌습니다.
성장주에 몰린 매도
온도차의 원인은 지수 구성에 있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에는 은행·에너지 같은 대형 전통 업종의 비중이 크고, 선전성분지수에는 반도체·2차전지·인공지능 하드웨어 같은 성장 업종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10월 중순 홍콩 시장에서 대형 은행주가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고, 본토에서도 16일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 같은 에너지주는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선전 시장은 급락했고, 홍콩의 기술주를 모은 항셍테크지수도 10월 20일 1.52% 내린 4,045.91로 마감했습니다. 성장주에서 빠진 돈 일부가 방어적인 대형주로 옮겨 가는 모습이 함께 나타난 셈입니다.
하락을 키운 바깥 요인과 안쪽 요인
미국 금리와 반도체 매도
가장 큰 바깥 변수는 미국 금리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렸고,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 19명 전원이 인상에 찬성했습니다. 다수는 연내 추가 인상에도 힘을 실었습니다. 연휴를 마치고 10월 2일 다시 문을 연 홍콩 증시는 미국 국채 금리가 24년 만의 최고치로 올랐다는 소식에 중동 긴장까지 겹치면서 항셍지수가 2.60% 떨어져 24,000선을 내줬습니다. 본토 연휴로 남향 자금(본토 투자자가 홍콩 주식을 사들이는 자금)이 멈춰 있던 것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금리 상승은 성장주에 특히 아픕니다. 성장주의 밸류에이션(현재 주가가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에 대한 평가)은 먼 미래 이익에 기대는 몫이 커서, 금리가 오르면 그 가치가 크게 깎입니다. 10월 중순에는 미국에서 반도체주 매도가 번졌고, 인공지능 기업의 높은 몸값과 투자 자금 조달 부담을 둘러싼 우려도 커졌습니다. 본토에서는 8일 반도체 업종 매도로 선전성분지수가 2.07% 내렸고, 15일에는 인공지능 관련주가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다시 불붙은 무역 마찰
미국과의 관계는 엇갈린 신호를 보냈습니다. 9월 하순 시진핑 주석의 워싱턴 방문 때 양국은 서로 300억 달러 규모 상품의 관세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미국 의회에서 중국산 광통신 제품 수입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나왔고, 제한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큰 틀의 화해와 첨단 산업 견제가 동시에 굴러가는 구조입니다.
10월 중순부터는 유럽이 새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중국산 자동차 수출을 제한하는 합의가 나온 직후, 유럽연합(EU)이 단일시장 접근을 막는 새 조치를 검토하고 수입이 급증한 품목을 가려내려 통계 점검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독일은 화학제품과 기계류, 경우에 따라 의약품까지 규제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은 추가 조치가 나오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15일 상하이종합지수가 1.59%, 선전성분지수가 2.43% 떨어지며 두 지수 모두 2025년 7월 이후 최저로 내려간 데에는 이 소식이 컸습니다.
약한 내수와 실적 실망
안쪽 요인은 내수입니다. 9월 말 중국승용차협회가 국내 수요 약세를 언급하자 지리자동차, 니오, 샤오펑 같은 자동차주가 줄줄이 급락했습니다. 투자와 소비가 함께 부진하다는 평가도 반복해서 나옵니다. 수출 지표가 예상보다 괜찮게 나와도 집 안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기업 이익 전망을 끌어올리기 어렵습니다. 중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몫이 큰 만큼 집값과 분양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소비 심리도 쉽게 돌아서지 않습니다. 당국이 주택 대책부터 꺼내 든 것도 그래서입니다.
실적에서도 실망이 나왔습니다. 2차전지 대표주 CATL(닝더스다이)은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한 글로벌 투자은행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725홍콩달러에서 500홍콩달러로 내렸습니다. 뒤이어 나온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비용 상승으로 마진(매출 가운데 이익으로 남는 비율)이 눌렸다는 평가가 따라붙었습니다. 선전 시장에서 비중이 큰 종목이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버티기 어렵습니다.
부양책은 나올까
이미 나온 대책과 미지근한 반응
부양책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9월 말 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보조와 중앙은행의 자금 지원 확대를 내놨고, 국무원은 실효성 있는 추가 정책 패키지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첫 주택 구입자의 대출 이자 보조는 10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2024년 9월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부양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보조 규모가 작다는 인식에 9월 30일 대형 은행주 상승폭은 1% 안팎에 그쳤습니다.
지방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이어졌습니다. 상하이는 9월 29일 선분양 관리를 강화하고 준공 후 분양을 늘리는 주택 판매 정책을 내놨고, 선전과 항저우도 10월 15일 세부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부동산주는 발표 직후 반등했지만 지수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10월 중순에는 당국이 기업과 국가 자금에 주식 매입을 독려하고, 일부 투자자에게는 매도를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수급을 떠받치는 대책은 하락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꺾인 이익 전망을 혼자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 시점 | 내용 | 시장 반응 |
|---|---|---|
| 9월 말 | 주택담보대출 이자 보조, 중앙은행 자금 지원 확대, 국무원 추가 정책 예고 | 9월 30일 대형 은행주 1% 안팎 상승에 그침 |
| 9월 29일, 10월 15일 | 상하이, 선전·항저우의 주택 분양 규정 정비 | 부동산주 단기 반등 |
| 10월 중순 | 기업·국가 자금의 주식 매입 독려, 일부 투자자에 매도 자제 요청 | 10월 16일 선전성분지수 1년여 만의 최저 |
| 10월 20일 | 대출우대금리 동결(1년 3.0%, 5년 3.5%) | 상하이 +0.12%, 선전 -0.14% |
서두를 이유가 줄어든 정책 당국
추가 부양을 가로막는 의외의 요인은 성장률입니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4.5%로, 3년 만의 최저였던 2분기에서 회복했습니다. 정부의 올해 목표인 4.5~5%도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성장률이 버텨 주니 당국이 큰 부양을 서두를 이유가 줄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표 호조가 오히려 시장의 기대를 꺾는 역설입니다.
통화정책도 그대로였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10월 20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 은행이 우량 고객에게 적용하는 기준 대출금리)를 3.0%, 5년 만기를 3.5%로 묶었습니다. 17회 연속 동결이고, 두 금리 모두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국면에서 중국만 금리를 크게 내리면 두 나라 금리 차가 벌어져 위안화에 부담이 갑니다.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 대신 이자 보조나 자금 공급처럼 대상을 좁힌 수단을 고르는 데에는 이런 사정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바닥은 언제쯤일까
싸 보이는 가격의 함정
주가가 이만큼 빠지면 이제 싸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때 흔히 쓰는 잣대가 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 이익에 비해 주가가 몇 배인지 보여 줌)입니다. 그런데 PER이 낮아졌다는 계산은 이익 전망이 그대로라는 전제 위에서만 맞습니다. CATL처럼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목표주가가 내려가는 사례가 늘면 EPS(주당순이익) 전망이 함께 깎이고, 주가가 내려가도 PER은 생각만큼 낮아지지 않습니다. 현재 확인된 정보만으로는 지수 전체의 PER 수준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3분기 실적 시즌을 지나며 이익 전망이 어디서 멈추는지가 더 중요한 단서입니다.
흐름을 바꿀 조건
하락이 언제 끝날지 날짜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흐름을 바꿀 조건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 국무원이 예고한 추가 정책이 소비와 내수를 겨냥해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을 담고 나오는지
- 연준의 연내 추가 인상 여부와 미국 국채 금리의 방향
- 유럽연합의 대중국 조치가 실제 수입 물량 제한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중국의 대응 수위
- 3분기 실적 시즌에서 반도체·2차전지 대형주의 이익 전망이 더 깎이는지
이 조건들이 한꺼번에 좋아질 필요는 없습니다. 2024년 9월 말처럼 정책이 시장 예상을 크게 넘어서면 다른 변수가 그대로여도 분위기는 단번에 바뀝니다. 당시 인민은행은 금리 인하와 함께 증시로 자금을 대 주는 장치를 한꺼번에 내놨고, 시장은 짧은 기간에 크게 반등했습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발표가 이어지면 이번 9월 말처럼 발표 직후 잠깐 오르고 다시 밀리는 흐름이 되풀이됩니다. 리스크 쪽에서는 무역 갈등의 확산이 가장 무겁습니다. 유럽의 규제가 자동차에서 화학·기계로 넓어지고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갈등은 길어지고, 미국 금리가 더 오르면 기대가 많이 반영된 반도체·인공지능 업종이 또 한 번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당장 눈여겨볼 곳은 두 군데입니다. 하나는 국무원이 약속한 추가 정책 패키지가 소비를 겨냥한 숫자와 일정을 담아 실제로 나오는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장 약한 고리인 선전성분지수가 연중 최저 종가 경신을 멈추는지입니다. 정책의 내용이 확인되고 선전 시장이 새 저점을 쓰지 않는 날이 이어지기 시작할 때, 그때가 하락의 끝을 가늠할 첫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