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셍테크 '924' 출발점까지 밀렸다… 기관과 커뮤니티가 본 중국·홍콩 증시의 바닥
홍콩 증시의 10월은 '어디가 바닥이냐'는 질문으로 채워졌습니다. 항셍테크지수는 10월 22일 하루에만 5% 넘게 빠져 3,793.93으로 마감했고, 2024년 9월 랠리가 시작되던 자리까지 되돌아갔습니다. 그 직후 모건스탠리는 홍콩·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이 역사적 바닥 밸류에이션(이익 대비 주가 수준)에 닿으려면 10~15% 더 내려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반면 중국 현지 증권사들은 "밸류에이션 바닥은 이미 보인다"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같은 숫자를 놓고 해석이 이렇게 갈립니다.
10월 홍콩 증시, 얼마나 밀렸나
지수로 본 2주
항셍지수는 10월 12일 24,271.20에서 22일 22,934.68까지 밀려 열흘 만에 약 5.5% 내렸습니다. 기술주 낙폭은 훨씬 컸습니다. 항셍테크지수는 2025년 10월 2일 6,715.46으로 고점을 찍은 뒤 1년 넘게 내리막을 탔고, 10월 26일 종가 3,857.53은 고점보다 약 43% 낮습니다. 22일 장중에는 텐센트가 380홍콩달러, 알리바바가 100홍콩달러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지수가 닿은 3,800선은 2024년 9월 24일 부양책과 함께 시작된 이른바 '924 장세'의 출발점(당일 시가 3,786)과 거의 같은 높이입니다. 그 뒤 쌓은 상승분을 사실상 모두 반납한 셈입니다.
| 날짜 | 항셍지수 | 항셍테크지수 | 그날의 주요 재료 |
|---|---|---|---|
| 10월 12일 | 24,271.20 (+0.25%) | 4,169.57 (-0.67%) | 은행주 사상 최고치, 기술주 약세 |
| 10월 21일 | 23,651.87 (-0.90%) | 3,994.77 (-1.26%) | CATL·차이나모바일 3분기 실적 부진 |
| 10월 22일 | 22,934.68 (-3.03%) | 3,793.93 (-5.03%) | 플랫폼 품질 관리 좌담회, AI 투자 수익성 우려 |
| 10월 23일 | 23,093.37 (+0.69%) | 3,871.66 (+2.05%) | AI 모델주·자동차주 반등 |
| 10월 26일 | 23,211.81 (+0.51%) | 3,857.53 (-0.36%) | 유가 강세로 석유주 상승, AI 하드웨어주 약세 |
매도를 부른 재료
가장 큰 재료는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입니다. 10월 들어 반도체에서 시작된 AI 관련주 매도는 네오클라우드(AI 연산 전용 클라우드) 업체로 번졌고, 투자자들은 데이터센터 확장에 드는 막대한 자본과 이를 메우는 부채를 문제 삼기 시작했습니다. 홍콩의 대형 플랫폼도 같은 의심을 받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800억 홍콩달러 규모 신주 배정과 텐센트의 50억 달러 역외 채권 발행을 예로 들며, 두 자금 모두 AI 인프라로 향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여기에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재개로 미국 국채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달러에 환율이 묶인 홍콩의 할인율(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바꾸는 비율)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성장주 가치가 가장 먼저 깎이는 환경입니다.
중국만의 변수로는 역외 신탁 과세가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7월 역외 신탁에 넣어 둔 자산과 거기서 나온 소득에 개인소득세를 매기고 미납분을 90일 안에 내도록 했으며, 기한은 10월 22일이었습니다. 9월에는 하이디라오 대주주가 2억 5,900만 주를 팔아 27억 5,000만 홍콩달러를 마련했고, 이후 주가가 17% 떨어지면서 '세금 마련용 매도' 경계심이 커졌습니다. 그 거래가 실제로 세금 때문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BofA증권은 개별 종목의 이벤트 리스크는 될 수 있어도 홍콩 시장 전체를 좌우할 변수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기관이 보는 바닥: 가격과 체력은 다르다
모건스탠리, "역사적 바닥까지 10~15% 더"
모건스탠리는 10월 25일 보고서에서 홍콩·미국 등 역외에 상장된 중국 주식이 10~15%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준은 밸류에이션입니다. 항셍지수의 12개월 선행 PER(향후 1년 예상 이익 대비 주가 배수)은 현재 9.5배인데, 역사적 바닥인 약 8배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본토 CSI300지수도 11.6배에서 10~11배로 낮아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락 요인으로는 역외 신탁 과세에 따른 매도 우려, 전자상거래 수익성 악화, 경기 둔화, 글로벌 변동성 확대를 꼽았고, 최근 2주의 흐름이 하락 모멘텀을 더 악화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도 본토 상장주 선호는 유지했습니다. 정부 지원이 있고 AI·혁신 기업 비중이 더 크다는 이유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당국이 과도한 개입 없이 주식 수급 균형을 개선하고 주가 하단을 만들려 한다고 해석하면서, 본토 A주의 안정은 앞으로 1~2개월에 걸쳐 더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홍콩은 가격 조정이 더 남았고, 본토는 1~2개월 안에 안정을 찾는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요지입니다.
중국 증권사들, "밸류에이션 바닥은 이미 보인다"
중신증권(CITIC Securities)의 집계는 결이 다릅니다. 항셍지수 PER은 10.0배로 과거 데이터 중 하위 29% 위치, 항셍테크지수는 14.6배로 하위 7% 위치까지 내려왔습니다. 2025년 4월 초 미국 상호관세 충격 때의 저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증권사는 9월 이후 홍콩 주요 지수의 이익 증가율 전망이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며,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기대는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투자 순서는 '배당주 먼저, 성장주는 나중'을 권했습니다. 3분기 실적이 이익 반등을 확인해 준다면 11월 말 MSCI 정기 변경(글로벌 지수 구성 종목 조정)을 앞둔 시점을 성장주 비중 확대의 기회로 제시했습니다.
중금공사(CICC)는 기술적 신호에 주목했습니다. 항셍테크지수의 14일 RSI(과열·과매도를 재는 지표)가 27.7로 과매도 구간에 들어갔고, 12개월 선행 PER은 약 14.2배로 924 장세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주식위험프리미엄(주식이 채권보다 더 줘야 하는 기대수익)도 2.9%로 6월 말 고점인 3%에 다가섰습니다. 단기 바닥 신호가 여럿 겹쳤다는 판단이지만, 본격적인 상승에는 가계 신용 회복과 재정 확대, 혹은 과거 딥시크(DeepSeek) 같은 기술 돌파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지 시장 참여자들, "바닥을 맞히려 하지 말라"
현지 경제매체 제일재경이 취재한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표현은 "밸류에이션 바닥은 나타났지만 펀더멘털 바닥은 아직 확인 중"이었습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이번 하락을 이익이 아니라 밸류에이션을 깎는 장세로 진단했고, 미국 국채 금리와 AI 수익화라는 두 변수가 풀리기 전까지는 V자 반등보다 횡보하며 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광다증권 인터내셔널의 전략가는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 전후 정책 변화와 본토 경기부양 여부가 분명해져야 방향이 잡힌다며 단기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 출처 | 바닥 판단 | 시점·조건 |
|---|---|---|
| 모건스탠리 | 역외 상장 중국 주식 10~15% 추가 하락 여지, 항셍 선행 PER 약 8배가 역사적 바닥 | 본토 A주 안정은 향후 1~2개월에 걸쳐 뚜렷해질 전망 |
| 중신증권 | 펀더멘털 기대는 이미 바닥, 이익 전망 상향 중 | 3분기 실적 확인 후 11월 말 MSCI 변경 전후 성장주 진입 |
| 중금공사 | 과매도·저밸류에이션 등 단기 바닥 신호 다수 | 추세 상승엔 가계 신용 회복·재정 확대·기술 돌파 필요 |
| 스탠다드차타드 | 항셍지수 12개월 기준 목표 26,000~27,000 | AI 정책 지원 강화와 유가 하락 시 28,000~29,000 |
| 현지 업계(제일재경 취재) | 밸류에이션 바닥은 출현, 펀더멘털 바닥은 미확인 | 금리·AI 수익화 변수 해소 전까지 횡보 속 바닥 다지기 |
커뮤니티가 체감하는 바닥
중화권 게시판: 공포의 정점과 '진짜 바닥' 논쟁
중화권 주식 커뮤니티의 주간 여론 요약을 보면 분위기는 기관 보고서보다 훨씬 거칩니다. 10월 26일 기준 텐센트 게시판은 '극도의 공포'로 요약됐습니다. 거시경제 이야기는 사라지고 각자 버티기에 가까운 방어적인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요약의 결론은 단순한 공포에서 바닥 지지선을 찾는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닥 시점에 대한 기대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11월 중 기술적 반등을 노리는 쪽이 있고, 내년 초나 봄의 '보복성 반등'을 기다리는 쪽이 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지금이 아직 진짜 바닥에 닿지 않은 3파 하락이라는 주장, 반등이 나와도 데드캣 바운스(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의심이 함께 나옵니다. 지금 보이는 바닥이 시장이 스스로 만든 것인지, 정책이 떠받친 것인지를 두고도 논쟁이 이어집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종목 게시판에서는 '경영진이 바닥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우세했고, 알리바바 게시판은 중립 의견이 90%를 넘을 만큼 관망세가 짙었습니다.
미국·한국 개인투자자: 엇갈리는 체감
미국 개인투자자 커뮤니티 스톡트윗츠(Stocktwits)의 심리 지표는 알리바바(BABA)가 '중립', 바이두(BIDU)와 중국 인터넷 ETF인 KWEB이 '약세'였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SKHY)와 한국 3배 레버리지 ETF(KORU)는 '강세'였습니다. 같은 AI 매도세에도 한국 쪽 반등 기대가 더 큰 배경에는 극단적인 밸류에이션이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12,000에서 9,000으로 내렸지만, 이 목표도 60% 상승 여지를 뜻합니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에서 약 40% 빠졌고 PER은 약 4배로 역사적 평균보다 표준편차 3배가량 낮습니다. 한 트레이더는 "2006년 이후 1조 달러 이상 주요 시장 중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개인 의견일 뿐 검증된 통계는 아닙니다.
바닥을 가를 변수: 정책, 수급, 일정
정책 지원과 남향자금
당국의 의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10월 10일 베이징에서 상장사 경영진과 증권·자산운용업계 대표들을 불러 모았고, 이후 대형 보험사에 주식 매도 자제를 요청하고 국유 투자기금인 이른바 '국가대표' 자금에 매수 확대를 독려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10월 15일에는 이팡다(E Fund)의 CSI300 추종 ETF 하나에 약 188억 위안이 순유입됐지만, 이 돈이 정부에서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지원은 본토 A주에 집중돼 있습니다. 홍콩 증시에는 본토 투자자가 홍콩 주식을 사는 남향자금 흐름이 더 직접적입니다. 남향자금은 9월 한 달 약 608억 홍콩달러를 순매수했고, 올해 1~3분기 누적 순유입은 약 4,282억 홍콩달러였습니다. 그런데 10월 하순 들어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10월 26일 약 21억 홍콩달러를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하락할 때마다 받아 주던 본토 자금이 멈춰 섰다는 점이 지금 홍콩 증시의 아픈 대목입니다.
11~12월 일정
항셍테크지수 개편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항셍지수공사는 구성 종목을 30개에서 50개로 늘리고, 40개는 시가총액 순으로, 10개는 최근 12개월 매출 증가율로 뽑기로 했습니다. 새 명단은 11월 20일 발표되고 12월 7일 적용됩니다. 기존 30개 종목이 여전히 비중의 약 90%를 차지하므로 지수 성격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이 밖에도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 11월 말 MSCI 정기 변경, 연말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이어집니다. 중금공사는 재정부가 배정한 5,500억 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채무 한도가 주로 11~12월에 집행되면서 4분기 재정 효과가 소폭 살아날 것으로 봤습니다.
아직 남은 위험
바닥 근거로 꼽히는 낮은 PER은 이익 전망이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이번 실적 시즌에 차이나모바일은 3분기 순이익이 12.4% 줄었고, CATL은 높은 세 부담으로 순이익이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플랫폼 기업에는 당국의 품질 관리 좌담회가 새 규제 부담으로 얹혔습니다. 이익이 꺾이면 싸 보이던 배수도 금세 비싸집니다. 역외 신탁 과세는 기한이 지났지만 세무 당국과의 납부 협의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추가 지분 매도가 남아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몇 주 동안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남향자금의 연속 순매도가 언제 멈추는지입니다. 본토 자금이 다시 홍콩 주식을 사기 시작해야 모건스탠리가 말한 추가 하락 폭이 줄어듭니다. 다른 하나는 대형 기술주의 3분기 실적에서 이익 전망이 지켜지는지, 특히 AI 투자 부담이 이익률(매출 대비 이익 비율)을 얼마나 깎는지입니다. 가격이 먼저 바닥을 만들지, 이익이 먼저 바닥을 확인해 줄지는 이 두 숫자에서 갈립니다.